TRPG, ORPG를 즐겨 하고 지금 TR로 즐기는 시스템은 겁스, OR로 즐기고 있는 시스템은 소드월드입니다.


그 가운데 소드월드에 재미있는 룰이 하나 있는데, 이명 또는 칭호를 자기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룰에서도 그런 것을 하자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이런 별명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 정도를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죠. 하지만 소드월드에서는 명성 시스템과 함께 이명을 짓는 법과 그 이명에 걸맞는 행동 양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드래곤슬레이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면, 드래곤을 만났을 때 도망가서는 안됩니다. 물론 이런 규범이 칼같이 잡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마스터의 재량에 따라 이명을 박탈하고 소모된 명예점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시스템을 보니 왠지 소드월드라는 시스템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룰을 보고 느낀 것은 일본계 서브컬쳐가 가진 이명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붉은 혜성(샤아 아즈나블)이나 하얀 악마(아무로 레이)를 시작으로 최근에 유명세를 떨치는 금서목록 시리즈에는 Rail Gun超電子砲(미사카 미코토), Accelerator一方通行, Fake Heroine無色無臭(인덱스) 같은 이명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명이나 칭호 자체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존재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미 및 유럽 문화권의 라스트네임은 이러한 칭호가 굳어져 자손에게 계승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사막의 여우(에르빈 롬멜)같은 근대의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단원, 야뇌, 추사, 같은 호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서브컬쳐의 이명을 떠올린 것은 일본 서브컬쳐에서는 이명을 사용하여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것이 일종의 대세처럼 되었고, 제 눈에는 이명과 관련된 룰이 일본 서브컬쳐의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장치와 유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룰이 지향하는 것은 다분히 일본만화적인 캐릭터의 조형과 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