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슥삭 뽀드득-'
남자는 기체 표면에 푸른색 유성 매직으로 크게 그려진 번개모양의 그림을 지웠다. 낙서라기보다는 무언가 도안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놓은 형태였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지금은 리무버를 적신 걸레에 닦여나갈 뿐이었다. 정비반이 분주하게 오가는 도크의 한 구석에 독한 휘발성 냄새가 퍼졌다.
"카자마 소령님! 왜 그걸 지우세요? 소령님 정도면 퍼스널 마크 정도는 괜찮지않습니까?"
아마도 이 그림을 그렸을 터인 금발의 정비 장교가 기술사관들 사이에서 나오며 물었다.
"..."
남자, 카자마 소령은 정비장교쪽으로 얼굴을 돌려서 눈을 한차례 마주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동양계의 얼굴은 선이 고운 편이었지만 단정치 못한 머리와 며칠이나 면도를 하지 않은 것인지 거친 피부 위로 빳빳하게뻗친 짧은 수염들로 타고난 생김이 주는 장점을 뭉개고 있었다. 동안이긴 했지만 얼굴 곳곳에 슬슬 자리를 잡으려는 잔주름을 보면 적어도 삼십 중반은 훌쩍 넘겼음직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비장교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자 카자마는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쪽어깨쪽을 툭툭 쳤다. 그곳에 있는 것은 짙은 회색의 파일럿슈츠 어깨에 새겨진 것은 녹색과 베이지색 청색이 섞인 둥근 도안과 노란색의 ECOAS라는 글자였다.
"하, 물론 소령님 부대가 특임대란 건 알고 있지만... 그보다 소령님도 그자가 그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정비장교는 낙인처럼 새겨진 엠블렘을 보고 한숨을 터뜨리고는 말을 돌렸다.
"..."
카자마는 정비장교의 질문에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정비장교는 카자마의 강한 부정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 붉은 기체의 움직임을 봤잖습니까? 그리고 그 가면을 쓴 모습이나 목소리..."
"아뇨. 그건 절대 그 사람이 아닙니다. 그때 그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그 두 사람은 푸른 빛 넘어로 사라졌으니까요"
"그런..."
정비장교는 무엇인가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때 함내 사이렌이 울렸다. 정비장교와 카자마 대위는 벽에 붙어있던 상황용 디스플레이를 봤다. 다른 도크에서 출격하고 있는 하얀 기체의 모습이 화면에 비추고 있었다. 일각수를 닮은 뿔이 이마에 돋아 있는 기체였다.
"NTD라... 망령에 사로잡혀있는 기분이군..."
카자마는 하얀 기체의 출격장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망령? 붉은 망령 말입니까?"
함께 화면을 보던 정비장교가 다시 물었지만 카자마는 이번 물음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겨 그의 기체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정비장교는 카자마 대위가 콕핏트에 들어가고 가슴의 해치가 닫히는 것을 보며 한 차례 어깨를 으쓱하더니 돌아섰다. 그리고는 도크의 콘트롤 룸에 들어가 유닛의 사출 시퀀스를 시작했다. 분주하게 기술사관들이 물러나자 진공차폐벽이 내려오고 캐터펄트가 움직여 유닛을 사출 위치로 이동시켰다.
'우웅-' 메인 제네레이터가 가동을 하며 기체 전체가 낮게 떨렸다. 카자마는 서브 모니터에 출력되는 기동상황의 체크를 마치고 전면의 메인모니터를 주시했다. 거대한 격벽이 열리고 검은 우주가 드러났다. 영혼을 삼키는 듯한 깊은 어둠이었다.
"푸른 우주란 말이지?"
통신회선도 열려있지 않건만 카자마는 물었다. 딱히 누군가의 대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푸른 머리 소녀가 보던 풍경을 그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뿐이었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가벼운 압박감이 전신에 밀려들었다. 어둠이 쏟아져들어왔다. 기체가 사출된 것이다. 남자는 숨을 들이 쉰 채로 조종간을 단단이 쥐었다. 이내 압박감은 사라지고 벨트에 묶인 몸에 부유감이 느껴졌다. 넬 아가마의 유사중력 권역에서 이탈한 것이다.
"여기는 에코 제로, 에코팀은 응답하라!"
남자는 통신채널을 열었다.
"에코 원, 삼기 올 클린!"
"에코 투, 삼기 올 클린!"
"에코 쓰리, 삼기 올 클린, 파이널!"
통신채널에서는 그의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에코팀원들의 회신이 쏟아졌다.
"에코팀 올 클린! 넬 아가마에 전한다. 에코팀은 현재시간 18시를 기하여 작전 구역으로 이동하여 경계임무를 펼치겠다."
카자마는 넬 아가마와의 회선을 열고 보고를 했다. 본래라면 그들의 지휘는 부대장인 다구자 중령에 의한 것이어야겠지만 강습작전중에 중령 자신과 대부분의 특전단이 사망한 탓에 잔여 MS대와 지원대는 카자마의 지휘 아래 공조의 형태로 넬 아가마에 편입된 것이다.
"그럼 뒤를 부탁할게요!"
공용회선에서 들린 것은 앳된 소년의 목소리였다. 메인화면에는 일각수의 머리를 지닌 풀아머 상태의 하얀 기체가 멀리 작은 달팽이처럼 보이는 콜로니빌더로 향하는 모습이 비췄다. 그 뒤로는 청회색의 제스타 세대가 호위하듯 따르고 있었다.
"소년 네가 열려는 상자 안에 담긴 것은 미래인가? 아니면 또 다른 망령인가..."
남자는 화면속에 흰 점으로 멀어지는 기체를 향해 중얼거리고 조종간을 움직였다.
"에코 제로에서 전한다. 레드 존으로 이동 삼기 일조로 산개! 옐로 존까지 수색정찰을 실시한다!"
그의 지시에 반응하듯 보조 모니터에서는 아홉개의 노란 점이 셋씩 그룹을 지어 그의 좌우로 펼쳐져 이동을 시작했다. 남자는 MS의 두부를 좌우로 움직여 그 모습을 메인모니터로 쫓았다.
탁한 갈색을 띤 짙은 회색의 기체들이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두부의 메인카메라를 담은 고글형 센서 위로 별도의 센서가 탑재된 바이저를 장비했고 흉부에는 추가장갑을 갖춘 독특한 MS들이었다. 개중에 한 유닛이 이쪽의 움직임을 감지 했는지 그를 향해 팔을 뻗어 매니퓰레이터를 움직였다. 사람이 었다면 엄지를 추켜 세우는 모습이었겠지만, 병기인 MS에 그런 동작 까지는 학습시키지 않은 탓인지 무척 어색한 모습이었다.
에코 팀은 그를 중심으로 작전지역에 입체적인 교차선을 그리며 수색정찰을 시작했다. 그는 교차선의 중심점에 위치해서 에코팀원들의 유시계탐색 보고와 파편 같은 레이더기록을 토대로 사령탑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카자마 자신의 탐색 정보와 에코팀이 보낸 정보가 복합되어 표시되는 디스플레이에는 바로 얼마 전까지 난전을 벌였던 소뎃츠키와 연방 그리고 넬아가마의 MS의 잔해들이 소운석들과 섞여 무수한 작은 점으로 빛났다.
"마리다... 마리다 크루스 중위였던가..."
카자마는 아이카메라에 잡히는 잔해 사이로 마리다 중위가 최후로 남겼던 푸른 빛의 잔영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몇 번인가 소년이 일각수 건담을 타고 뉴타입의 재능을 보여줬지만, 파란 머리 소녀가 떠오르지는 않았었다. 아니 소년만이 아니라 저 아무로 레이가 액시즈 쇼크 때 보여주었던 빛도 압도적인 느낌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어쩐지 마리다 중위가 남긴 빛의 잔영은 파란 머리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인데...
"뉴타입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는 건가..."
카자마는 상념을 떨치며 다시 탐색정보의 디스플레이를 확인했다.
치열했던 난전의 흔적으로 미노프스키 입자 농도가 짙어져 에코팀이 보내는 탐색정보에는 적지 않은 음영들이 존재했다. 지속적인 탐색으로 음영을 지우고는 있었지만 탐색정보의 갱신에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면 결국 사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넬아가마의 브라이트 함장은 이런 사각을 통해 연방이나 소뎃츠키의 후속부대가 넬 아가마 혹은 라프라스의 상자가 있다는 메가라니카를 타격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때문에 카자마의 에코팀이 소년이 상자를 회수할 때가지 수색정찰을 펼칠 것을 요청했던 것이고...
"라플라스의 상자가 개봉되고 일이 마무리되면 사이드3에 들러봐야겠군. 오랫만에 맛 없는 빵이나 먹어야 겠어..."
카자마는 중얼거리고는 피식 웃었다. 원체 말이 없는 편이라 연방의 벙어리라고 놀림 받기도 하지만 그런 그도 가끔은 옛전우들을 떠올리고 혼잣말 정도는 하는 것이다.
그때였다. 경고음과 함께 탐색화면의 메가라니카의 광점이 붉게 물든 것은.
"여기는 에코원, 무슨 일인가?"
"에코 세븐, 메가라니카 쪽에서 교전이 있는것 같습니다. 식별신호는... 트라이스타입니다!"
역시 브라이트 함장의 우려대로인 것인가
"적은? 레빌인가? 소뎃츠키..."
"아닙니다! 대위님, 트라이스타 둘이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무슨!"
기체를 탈취 당한 것인가? 하지만 호위 임무중인 그들이 기체에서 내렸을리가 없다. 배신? 이제 와서?
"에코원에서 에코팀에 전한다 3기 1조의 현재 체제를 수색 대형에서 강행 대형으로 바꾸고 메가라니카로 이동한다. 넬 아가마 들었는가?
"여기는 넬 아가마, 이쪽도 후속 부대를 준비하겠다. 무리한 교전은 삼가고 적의 식별과 유니콘 건담의 백업을 부탁한다."
"에코팀 들었는가?"
"라져!"
에코팀원들의 응답이 겹쳐서 들리고 탐색 화면 위의 파랗게 빛나는 점들이 메가라니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인 모니터에는 까만 우주의 어둠 속에서 작은 빛무리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카자마 역시 팀원들의 뒤를 쫓아 기체를 움직였다. 제네레이터가 작동하며 기체가 낮게 진동했고 주변의 풍경들이 밀려나가 시작했다. 붉게 노랗게 보이는 먼 곳의 몇개의 행성들, 소운석들, 기체의 잔해들...
선두의 삼기와 그 뒤의 좌우 각 삼기의 탁한 갈색 기체들이 유시계 화면에 들어왔다. 에코팀원들의 기체였다. 탐색센세를 모두 가동시켜 빛의 띠를 두른 것 같은 형상 모습. 카자마는 그 후위에 위치하기 위해 기체의 속도를 올렸다.
"대장 어서 오십시오!"
"상황은...!"
카자마가 팀원들의 후위를 거의 따라잡으며 물어보던 중이었다. 선두의 기체가 붉은 빛줄기에 궤뚫린 것은.
"무슨! 전기 긴급 산개!"
"대장 세시방향입니다"
카자마의 지시와 거의 동시에 에코팀원들은 회피기동을 하며 흩어졌다. 그 와중에 대원 한명이 적 위치를 식별해냈다.
"무슨!"
거기에 있는 것은 이전의 전투에서 소년의 유니콘에 반파된 보라색의 기체와 이를 호위하듯 둘러싼 다섯 대의 기체였다. 잘보면 제복을 입은 듯한 회색의 기체 두대에서 앵커가 뻗어 반파된 보라색 기체에 연결되어 있었다. 예인 중이었던 듯 했는데 보라색기체의 한팔이 에코팀원들을 향해 뻗어있었다. 그 팔 끝에는 매뉴퓰레이터 대신 거대한 포신이 붙은 실드가 달려있었다. 포신의 끝에 열원 반응이 감지되는 것을 봐선 예인 중이던 기체가 사각에서 에코팀을 발견하고 사격을 한 모양이었다.
"멍청한... 그렇게까지 싸우겠다는 건가!"
먼저 사격을 한 건 유리하겠지만 저 상황에서 제대로 전투가 가능할 리 없다. 에코팀이 지나가길 사각에 숨어서 기다릴 수도 있었을텐데, 이것이 지온의 망령인가.
"제길, 스테판의 몫이다!"
팀원중 누군가가 짐승이 으르렁 대는 것 같은 소릴 지르며 사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미노프스키입자의 영향으로 인한 유시계 전투란 것이 보통 그렇듯 명중률은 좋지 못해서 오히려 저들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고 아군을 혼란 시킬 뿐이었다.
"로드릭! 그만두고 팀원들과 진로를 맞춰라! 사격은 그 다음에 화망을 갖추고..."
"으아악!"
카자마는 최대한 빨리 팀원들을 수습하려했지만 한 발 늦었던 것일까. 메인스크린이 붉게 물들고 누군가의 단말마가 통신을 타고 퍼졌다. 탐색화면에 비치던 각각 세 개의 푸른 점으로 이루어진 세 개의 삼각형 중 한 삼각형의 모서리가 깨지듯이 지워졌다.
“제길...”
카자마는 저도 모르게 욕을 뱉고는 탐색화면의 반대쪽 끝에 떠오른 여섯 개의 붉은 점을 노려봤다.
폭발의 섬광이 빠르게 사그라 들고 메인화면에는 흩어져 회피기동을 하며 화망을 구축하기 시작하는 팀원들의 뒷모습들이 비췄다. 개중 몇 대는 직격은 피했지만 피탄을 한 것인지 움직임이 어색했다.
“대장! 놈들이 보라돌이를 빼돌리고 있습니다!”
메인화면 저편에서 보라색의 기체와 앵커로 연결된 두기와 그들을 엄호하는 한 기가 반대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에코팀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서인지 세기의 회색 기체는 남아서, 진지를 구축하듯 포지션을 잡고 에코팀쪽을 향해 교차로 장거리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피기동을 하면서 사격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정지자세에서 회피기동 하며 반격하는 대상을 사격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황이 유리하지 않은 것은 기습으로 동료가 죽은 탓에 에코팀원들이 혼란된 때문이었다. 더구나 멀어지기 시작한 보라색기체를 쫓아 복수하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도 그런 혼란을 부추기고 있었다.
빗나간 사격들이 소행성의 파편들을 부수고, 전장에 흩어져있던 유닛의 잔해들을 다시 한 번 불태웠다. 누군가가 빔의 피격 데미지를 줄이려고 뿌린 것인지 알루미늄 채프들이 전투의 불빛을 반사하여 검은 우주에 빛의 띠를 그렸다. 지시를 통해 팀원들의 화망을 좁히고 회피기동의 진로를 조정하느라 바쁜 카자마였지만 저도모르게 의식의 한편에 빛의 띠가 파고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누구지?"
그순간이었다. 메인화면에 비추던 3기의 적기 중 한대가 붉은 섬광에 물들었다.
"알리시하! 역시 이쁘다니까!"
"시끄러, 카민스키!"
울림이 좋은 저음이 섞인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무선 너머로 들렸다. 에코팀의 홀일점인 여성 파일럿 알리시하였다.
귀환하면 포상이라도 건의해야겠군. 어차피 라플라스 건이 마무리되어야지나 수여될테지만... 하고 카자마는 생각하며 팀원들의 현황을 점검했다. 3조 9기 중 두 대가 로스트, 남은 7기중에서도 3기는 피탄된 것인지 붉은 경고가 기체표시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대장, 놈들이 도망가려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벌었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럴 수는 없지. 알리시하, 카민스키 우전방으로 수평기동하며 사격한다!”
“하라쇼! 거스빠진 카자마!”
“버나드, 알렉스는 상전방으로 수직기동하며 사격한다!”
“오케이! 캡틴 카자마”
메인 화면에서 네기의 기체가 둘씩 나뉘어 이동하는 것을 보며 카자마 자신도 전방을 향해 기체를 가속하기 시작했다.
소매장식의 회색기체 두 대는 양쪽으로 나뉜 에코팀의 진로에 견제사격을 하며 역추진으로 후퇴하다가 뒤늦게 카자마의 기체를 발견했다. 급하게 두 줄기의 사선이 휘어져서 어둠 속에 빛의 궤적을 그렸다. 그 궤적은 지선으로 다가오는 카자마에게 이어졌다.
"대장!"
누군가의 외침이 통신 너머로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 외침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이니 카자마의 기체는 미묘하게 떨리는가 싶더니 도저히 직선비행 중이었다고 믿기 어려운 예리한 각도로 수차례 진로를 바꿔 빔의 궤적을 피해냈다.
"역시 푸른번개! 그래도 너무 사람 놀래키지는 말라구요!"
메인화면을 주시하던 카자마는 피식 힘 빠진 웃음을 짓고는 트리거를 당겼다. 그의 기체 앞에서 푸른 선이 직선으로 뻗어 그를 향해 총신을 겨누고 있던 기체와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붉은 폭염.
카자마는 멈추지 않고 직선비행의 가속을 높이며 동료의 폭발에 흔들리는 두번째 기체를 향해 조준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트리거를 당기기도 전에 두번째 기체의 좌측에서 사선으로 푸른 빛줄기가 몸통을 관통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체 역시 붉은 폭염에 휩싸였다.
"쳇, 카민스키인가..."
누군가 아깝다는 듯이 혀를 차는 소리가 무선 너머로 들렸다.
"어떡하죠, 대장?"
통신너머로 누군가 물었다. 교전으로 시간을 버린 만큼 추적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냐는 뜻이었다.
"아니, 추적한다. 짐덩어리를 달고 멀리 가지는 못했겠지."
잃어버린 대원들에 대한 복수심 같은 것은 아니었다. 에코즈 같은 특임대에 동료애는 어울리지 않았다. 카자마 자신또한 오랜 군 경험을 겪으며 사람의 생사에 별 의미를 두지 않게된지 오래였다. 그저 놓쳐버린 저들이 소년이 라프라스의 상자를 회수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불안요소를 배재하려는 것이었다. 결코 복수심에서 나온 판단은 아니었다.
"알리시하와 카민스키는 남아서 론도벨에 회수 될 때까지 파손기와 팀원들을 지키도록. 버나드와 알렉스는 나와 같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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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쓰면 끝나는데...게으름 병이 그 조금이 안나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