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집어 삼킨 창백한 달이 고양이처럼 까만 밤을 펼치면

굵은 나무 꿈틀대는 숲의 어둠 속에 고요한 노래 들리니

맞잡은 손길은 앙상한 마디마다 모래로 새어가고

바라던 미소는 두 눈 깊은 어둠에 비추지 않으니

붉은 피 하얀 살 바치고 푸른 영혼 검은 운명을 거뒀네

나는 카만 밤 빛나는 은사시나무나니

뿌리 없이 뻗은 줄기며 열매 맺지 않는 가지노라

고개 돌린 영광이여 찬란한 배신이여

날아오른 것들은 내려 앉을 것이고

헤엄치던 것들은 가라 앉을 것이며

달리던 것들은 주저 앉으리니

그대 또한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깊은 밤의 숲 백은의 뜨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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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를 생각했지만 나온 건 소품...